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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토어(홈플러스 여월점)을 다녀와서...
2008/11/26 16:51 입력 | 수정


 

1996년 무역자유화 이후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 계열의 대형할인마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비자들은 많은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작용 역시 컸다. 마트 주변 중・소규모의 상가들과 재래시장이 붕괴하였으며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 후려치기는 많은 납품업체를 생존의 기로까지 밀고 있다. 또한 직원의 대부분을 파견직, 계약직으로 구성하는 대형할인마트의 행태는 (이마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대형 할인마트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대규모 부지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교외에 위치하는 전략은 자연히 자동차를 이용한 쇼핑문화를 정착시켰다. 또한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과일,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식품이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푸드 마일리지)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영국 대표적인 할인마트 체인점인 테스코(Tesco)는 지구온난화대응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10월 국내 최초로 테스코 계열의 홈플러스가 부천에 친환경매장 ‘그린스토어’를 개장했다. 11월 14일 녹색소비자연대는 녹색연합와 함께 홈플러스 부천 여월점을 방문했다.

 

 

 

 

홈플러스 여월점의 그린스토어 전략은 에너지생산, 절약, 고객동참 3가지 부문으로 구성되어있다. 에너지 생산은 옥상 위에 설치된 50kwh 가량의 태양광발전시스템과 소형 풍력발전기, 건물 앞의 하이브리드 발전시설, 건물일체형 태양광창호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LED 조명 사용, 냉장고 문 설치, 우수(雨水) 및 중수(中水) 사용 화장실 등 61가지의 에너지 절약 전략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2차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일리지를 주고 친환경강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고객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홈플러스 지하의 식품 매장에 있는 냉장고에는 모두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이 설치되어있다. 여월점은 문 설치를 통해 전기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약 20% 정도 감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식품 매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우유 등의 신선식품이 진열된 매장에 불이 켜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유 등은 빛을 계속 받고 있으면 쉽게 상한다. 때문에 냉장고에 진열된 우유를 살 때는 빛이 비치지 않는 냉장고 가장 뒤에 있는 우유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월점은 신선식품 냉장고 천장의 불을 아예 꺼버림으로써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유의 신선도도 유지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고 있었다.

 

 

 

 

여월점은 불필요한 곳의 전등을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의 전등의 조도 역시 크게 낮췄다. 기존의 매장들이 1200 내외의 조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홈플러스 여월점의 조도는 900 남짓이다. 하지만 매장 내를 돌아다니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아늑함을 주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저항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매장을 소개하던 조승호 점포건설부문 총괄이사는 “오히려 내부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매장이 밝아야 소비자들의 호감도 높아지고 상품을 판매하기에도 보다 낫다는 것이다.

 

 

 

1층에는 고객들이 태양광, 풍력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핸드폰도 충전하고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도 계산해볼 수 있는 체험관이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관 한켠에는 여월점에서 설치한 태양광, 풍력으로 생산되는 전력량이 표시되어있었다. 방문한 시각이 오후 3시 가량이었고 총 설치된 용량이 약 1850kwh 였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량은 1.5kwh에 불과했다. 날씨가 많이 흐리기도 했지만 타 지역에 비해 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발전량이었다. 조승호 이사는 “친환경에너지 설비가 시각적인 효과는 좋으나 투자금액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여월점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는 물을 쓰지 않는다. 필터로 소변을 거르는 과정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소변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빗물을 받아 조경용수로 활용하고 대변기용으로 중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홈플러스측은 이러한 방식으로 각각 90톤과 2500톤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수압을 낮춰 물 사용량을 30% 정도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여월점은 이러한 전략을 매장 곳곳에 배너를 달아 알리고 있었다. 이러한 홍보전략은 고객들에게 여월점을 친환경매장으로 인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고객들이 매장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를 이용한 구매 행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여월점은 매장 정문 오른쪽에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해놓고 자전거 키를 제시하는 고객에게는 1일 1회에 한하여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500점’ 쌓아주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재 친환경에너지팀 과장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고객은 별로 없다.” 실제 2, 30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임에도 자전거 주차장은 반 이상 비어있었다. 한 번에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구매행태에 대한 딜레마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전거를 이용해서 옮길 수 있을 만큼만 구매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매장의 매출이 떨어질 테니.

 

홈플러스 부천 여월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은 그 광범위함과 섬세함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한참 뒤떨어져있는 정부를 볼 때 홈플러스의 이러한 시도는 한국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홈플러스의 이러한 전략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의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는 출발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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